금감원 “시정할 수 있는 감독권 없다” vs 보험사 “카드결제 많지 않다” 서로 ‘뒷짐’
보험설계사와 고객들 “Ai 시대에 수기(사람)로 카드결제?... 실효로 인한 피해 발생 우려” |
보험설계사 A 씨는 300여 명의 고객을 관리하다 건강 때문에 의사 권유로 일을 쉬고 있다. 그러나 그가 쉴 때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고객들의 보험이 실효되지 않도록 보험료 카드결제를 챙겨야만 한다.
A 씨는 “저를 믿고 가입한 고객들이 보험사의 보험료 카드결제 시스템 문제까지는 알 순 없지 않느냐?”라며 “제가 매일 수기로 고객들의 보험료를 챙겨야 한다. 고객 카드결제를 못 챙기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라고 한 숨 쉬었다.
5일 파이낸셜허브타임즈는 보험설계사들이 느끼는 ‘손톱 밑 가시’와 같은 고객 월보험료 카드결제로 인한 업무 과중 및 고객 불편·불만, 우려 상황 등을 집중 취재했다.
먼저, 일부 보험사들이 자동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담당 설계사들에게 카드결제를 수기로 처리하게 하면서 이로 인한 현장 물밑에서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보험설계사 B 씨는 “카드결제는 보험사마다 제각각이다. 특히 고객의 보험료 카드납부 업무나 민원까지 설계사에 떠맡기는 보험사는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매출은 독려하면서 보험사는 손해 보고 귀찮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갑질”이라고 볼멘 소리를 높였다.
보험사마다 카드결제 처리 방식이 다르다. 취재 결과 메리츠화재와 흥국화재는 고객이 콜센터를 통해 카드를 등록하면 자동 결제가 가능하다. 고객과 설계사에게 가장 이상적인 경우다.
농협손해보험은 콜센터에서 카드 등록은 불가능하지만, 담당 설계사를 통해 카드 등록을 하면 자동 결제가 이뤄진다.
한화손해보험은 고객이 직접 지점을 방문해 카드 등록을 해야 한다. KB손해보험은 담당 설계사가 카드 등록 및 매달 카드결제를 직접 진행해야 한다.
반면, 롯데손해보험, DB손해보험, MG손해보험, 삼성화재는 카드 등록이 불가능하며 담당 설계사가 매달 고객의 카드 정보를 받아 수기로 결제를 처리해야 한다. 설계사들은 매월 고객들이 지정한 날짜에 맞춰 수기로 처리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고통이 크다. 본연의 업무 외에도 매월 고객 카드결제를 수기로 진행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B 씨는 “고객이 지정한 날짜에 보험료를 결제하는 카드수납 수기처리 직원을 고용해야 해결될 상황”이라며 “이 불경기에 고용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직을 고민할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담당 설계사의 부재나 건강 문제로 인해 고객 보험료 카드결제를 놓치면 이로 인한 보험 실효 등 민원 발생 소지다. 이를테면 결제를 놓치게 되면 정상적인 계약이 실효되고 그 기간의 보험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외에도 진행 과정에서 자칫 이중결제가 이뤄지면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떨어지고 종종 갈등을 빚기도 한다.
실제 카드 결제가 특정일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계약 건수가 많은 설계사는 시간 부족으로 인해 영업활동에 엄청난 지장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수기로 진행하다 보면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설계사 C 씨는 결국 전담직원을 채용했다고 털어놨다.
취재 과정에서 보험사들은 자동 결제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사들에게 수기 결제 업무를 전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현장에선 이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보험설계사와 고객들은 보험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금융감독원에 질의를 하기도 했지만, 이들 보험사들은 시정하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사에서 고객들의 카드결제를 거부할 순 없지만, 이러한 문제를 시정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라는 입장만 반복하는 상황이다.
설계사들은 “고객 카드결제 문제는 업무 효율성과 서비스 품질 모두 악화시킬 수 있다”며 “보험사는 현장의 부담을 덜고 고객들의 결제 관련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자동 결제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치권도 관심을 가지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보험료 납부 시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그간 국정감사 단골 이슈로 선정된 이 문제는 19, 20대 국회에서도 번번히 무산된 바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 판매에선 어느 정도 카드결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생보사는 저축성 상품이 많아 카드결제 사용이 많지 않다”며 “자동결제시스템을 구축할 순 있지만 비용이 들어간다. 지금도 잘 되고 있는데 굳이 새롭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해 이 문제를 보는 안일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험사 관계자도 “국민 편익 제고도 좋지만, 사업비 등을 제외한 수익률에서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면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A 씨는 “현재 현장은 이런 ‘갑의 논리’에 설계사들만 잡무가 늘어가는 상황에 놓였다. 불황에다 영업 스트레스로 하루하루가 곤혹스럽다”라고 푸념했다.
보험회사와 감독 당국은 이러한 현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다.
출처 : Financial Hub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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